"인테리어 견적을 받았는데 설계비가 따로 있나요?", "동네 업체는 설계비 안 받는다던데 왜 여기는 받나요?"
10년 넘게 인테리어 현장과 설계 사무소를 오가며 고객님들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인테리어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심한 곳입니다. 많은 분들이 '평당 얼마'라는 시공비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공사의 품질과 완성도를 결정짓는 '설계(Design)'의 가치를 간과하곤 합니다.
하지만 명확한 설계 도면 없이 공사를 시작하는 것은 내비게이션 없이 초행길을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길을 잃고, 시간은 지체되며, 기름값(공사비)은 더 들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현직 전문가의 관점에서 2025년 기준 인테리어 설계비의 적정 수준, 산정 방식, 그리고 설계비를 지불해야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는 이유를 명확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1. 인테리어 설계비, 도대체 어떻게 계산되나요? (산정 기준의 핵심)
인테리어 설계비는 통상적으로 '평당 단가(Per Pyeong)' 방식과 '총 공사비 요율(Percentage)' 방식 두 가지로 산정되며, 2025년 현재 일반적인 주거/상업 공간의 경우 평당 1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 하이엔드 프로젝트의 경우 총 공사비의 10~20% 수준으로 책정됩니다.
설계비는 디자이너의 '창작료'와 도면을 그리는 '인건비(Man-hour)'가 합쳐진 개념입니다. 단순히 그림 한 장 그리는 값이 아니라, 현장 실측부터 마감재 선정, 3D 시뮬레이션까지의 방대한 과정을 포함합니다.
평당 단가 방식 (Fixed Rate Per Pyeong)
한국 인테리어 시장, 특히 중소형 아파트나 일반 상업 공간(카페, 식당 등)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공간의 면적에 비례하여 가격을 책정하므로 고객 입장에서 예산을 예측하기 쉽습니다.
- 산정 공식:
- 총 설계비=계약 면적(평)×평당 설계 단가 \text{총 설계비} = \text{계약 면적(평)} \times \text{평당 설계 단가}
예를 들어, 30평 아파트의 평당 설계비가 15만 원이라면, 30×150,000=4,500,000 원 30 \times 150,000 = 4,500,000 \text{ 원} 이 됩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면적'이 작다고 해서 설계비가 무한정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10평짜리 매장이나 30평짜리 매장이나 들어가는 도면의 종류(평면도, 천장도, 입면도, 전기도 등)와 디자이너의 투입 시간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5평 미만의 소형 현장은 '최소 설계비(Minimum Fee)'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 공사비 요율 방식 (Percentage of Construction Cost)
주로 대형 프로젝트, 호텔, 백화점, 혹은 유명 디자이너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디테일이 복잡해지고 감리(Supervision)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 산정 공식:
- 총 설계비=예상 총 공사비×요율(%) \text{총 설계비} = \text{예상 총 공사비} \times \text{요율(\%)}
일반적으로 총 공사비의 10% ~ 15% 선에서 결정됩니다. 만약 2억 원짜리 하이엔드 주거 공사라면, 설계비는 약 2,000만 원 ~ 3,000만 원 선이 됩니다. 이 방식은 마감재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설계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을 반영합니다.
인건비 투입 방식 (Man-hour Cost)
가장 합리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드물게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디자이너의 등급(초급, 중급, 고급, 특급)과 투입 시간을 계산합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의 '엔지니어링 기술자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 산정 공식:
- 총 설계비=∑(기술자 등급별 노임 단가×투입 일수)+제경비+기술료 \text{총 설계비} = \sum (\text{기술자 등급별 노임 단가} \times \text{투입 일수}) + \text{제경비} + \text{기술료}
이 방식은 주로 관공서 프로젝트나 대기업 사옥 공사 시 견적 근거로 활용됩니다.
2. "설계비 무료"라고 하는 업체, 믿어도 될까요?
세상에 공짜 설계는 없습니다. '설계비 무료'를 내세우는 업체는 설계 인건비를 자재 마진(Material Margin)이나 시공 인건비에 녹여서 청구하는 '턴키(Turn-key)' 방식을 사용할 뿐이며, 이는 견적의 불투명성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더 낮은 퀄리티의 자재를 비싸게 쓰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많은 고객분들이 "동네 인테리어 가게는 견적서 그냥 뽑아주던데요?"라고 묻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가견적'과 '실시 설계'를 구분해야 합니다.
가견적과 실시 설계의 차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대개 '가견적'을 위한 기초적인 평면 배치도 수준입니다.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공사가 불가능합니다. 반면, 비용을 지불하는 '설계'는 시공자가 도면만 보고도 공사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상세 도면(CD: Construction Documents)을 의미합니다.
턴키(Turn-key) 방식의 함정
시공과 설계를 한 업체가 모두 맡는 턴키 방식에서 '설계비 무료'는 마케팅 용어일 뿐입니다.
- 투명한 견적: 설계비 300만 원 + 공사비 4,700만 원 = 총 5,000만 원
- 불투명한 견적: 설계비 0원 + 공사비 5,000만 원 = 총 5,000만 원
후자의 경우, 고객은 자재비가 얼마인지, 인건비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설계에 들인 품을 회수하기 위해 타일 한 박스, 조명 하나마다 마진을 더 붙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설계비를 따로 내고, 자재 원가와 시공비를 투명하게 공개받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예산을 통제하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3. 2025년 기준, 실제 설계비 시세는 얼마인가요? (현실적인 가격표)
2025년 하반기 시장 기준으로, 일반적인 주거 인테리어 설계비는 평당 5만 원~15만 원, 브랜딩이 포함된 상업 공간은 평당 15만 원~30만 원 선입니다. 하지만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나 하이엔드 프로젝트의 경우 평당 50만 원 이상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경력 10년 차 전문가로서 체감하는 현실적인 가격 범위를 '주거'와 '상업'으로 나누어 상세히 알려드립니다.
주거 공간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 동네 인테리어 업체 (시공 중심):
- 설계비: 평당 0원 ~ 5만 원 (또는 계약금 명목으로 100~200만 원)
- 특징: 3D 투시도 제공이 없거나 퀄리티가 낮음. 기본적인 평면도 위주. 핀터레스트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런 느낌으로 해주세요"라고 진행하는 방식.
- 추천 대상: 도배, 장판, 욕실 등 부분 수리나 단순 마감 교체.
-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 중심):
- 설계비: 평당 10만 원 ~ 20만 원
- 특징: 고퀄리티 3D 렌더링 제공, 상세 도면(전기, 설비, 가구 제작 도면) 포함. 마감재 스펙 북(Spec Book) 제공.
- 추천 대상: 구조 변경이 필요한 아파트,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집.
- 하이엔드 / 유명 건축가:
- 설계비: 평당 30만 원 ~ 80만 원 이상
- 특징: 작품 수준의 디자인. 수입 자재 사용, 디테일한 조명 설계, 감리비 별도 청구 경우가 많음.
상업 공간 (카페, 식당, 오피스, 병원)
상업 공간은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 '매출'과 직결되는 동선과 브랜딩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거보다 설계비가 높습니다.
- 프랜차이즈 / 일반 상가:
- 설계비: 평당 10만 원 ~ 20만 원
- 특징: 매뉴얼에 따른 빠른 설계. 효율성 중시.
- 브랜딩 포함 디자인 (개인 카페, 성형외과, 사옥):
- 설계비: 평당 20만 원 ~ 50만 원
- 특징: 로고 디자인(BI)과 인테리어 컨셉 통일, 파사드(간판) 디자인 집중, 특수 제작 가구 설계 포함.
4. 설계비를 내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받아야 하나요? (결과물 체크리스트)
정당한 설계비를 지불했다면, 단순한 평면도를 넘어 3D 투시도(렌더링), 천장도, 전기도, 입면도, 그리고 상세한 자재 사양서(Spec Book)를 반드시 제공받아야 합니다. 이 문서들은 시공 중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 요구를 막아주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됩니다.
많은 분들이 "설계비 줬는데 종이 몇 장 주더라"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계약 전에 아래 리스트가 포함되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필수 도면 리스트 (2D)
- 평면도 (Floor Plan): 공간 구획과 가구 배치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 도면.
- 천장도 (Ceiling Plan): 조명의 위치, 에어컨 배관, 천장 높이 레벨을 표시. (조명 공사의 핵심)
- 전열/통신도 (Power/Data Plan): 콘센트 위치, 인터넷 선 위치, 스위치 회로 분리 계획.
- 입면도 (Elevation): 벽면의 디자인, 타일 나누기(와리), 가구의 높이 등을 정면에서 본 그림.
- 상세도 (Detail Drawing): 걸레받이 마감 방식, 문틀 디테일, 가구 접합부 등 시공 방법을 확정한 도면.
시각화 자료 (3D)
- 3D 투시도 (Perspective Rendering): 실제 완공 후 모습을 사진처럼 미리 보는 이미지. 마감재의 질감과 조명 효과를 미리 검증하여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실패를 방지합니다.
- 전문가 팁: 3D 컷 수(몇 장을 줄 것인지)와 수정 횟수(Re-touch)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자재 사양서 (Spec Book)
- 타일, 벽지, 페인트, 마루, 필름, 조명 기구 등의 정확한 모델명과 브랜드, 컬러 코드가 적힌 문서입니다.
- 이것이 없으면 시공업자가 "비슷한 걸로 했어요"라며 저가 자재를 써도 항의할 수 없습니다.
5. 전문가의 경험: 설계비 아끼려다 공사비 폭탄 맞은 사례와 해결책
제 경험상 전체 예산의 5~10%를 설계비에 투자한 프로젝트는 공사 중 발생하는 재시공 비용(Change Order)을 획기적으로 줄여 결과적으로 전체 비용의 15% 이상 절감 효과를 가져옵니다. 설계 도면은 시공자와의 소통 오류를 막는 유일한 '공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사례 연구 1] 설계 없이 진행한 30평 카페의 비극
과거 상담했던 한 클라이언트는 설계비 300만 원을 아끼기 위해 시공업자에게 "알아서 예쁘게 해달라"고 맡겼습니다.
- 문제 발생: 커피 머신을 설치하려는데 배수구 위치가 맞지 않았고, 전기 용량이 부족해 머신을 켜면 차단기가 내려갔습니다. 또한, 바(Bar) 높이가 너무 높아 직원들이 근무하기 힘들었습니다.
- 결과: 바닥을 다시 까고 배관 공사를 새로 했으며, 가구를 전면 재제작했습니다. 추가 비용만 800만 원이 들었고 오픈은 2주 지연되었습니다.
[사례 연구 2] 상세 설계로 비용을 절감한 40평 아파트
반면, 400만 원의 설계비를 지불하고 '디자인 온리(Design Only)' 계약을 한 고객의 사례입니다.
- 솔루션: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주방 아일랜드가 거실 동선을 막는 것을 미리 발견하고 구조를 변경했습니다. 또한, 자재 스펙 북을 들고 여러 시공업체에 '동일 조건'으로 견적을 받아 업체 간 가격 비교(Bidding)를 명확히 했습니다.
- 결과: 시공 업체들의 견적 거품을 걷어내어 초기 예상 공사비보다 1,200만 원 저렴하게 계약했고, 공사 중 추가금 요구가 0원이었습니다.
전문가의 핵심 조언: "디자인 감리"의 중요성
설계 도면만 넘겨주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이너가 현장에 3~4회 방문하여 도면대로 시공되는지 체크하는 '디자인 감리'를 계약에 포함시키세요. 시공자가 임의로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을 막아주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인테리어 설계비]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인테리어 전공 학생입니다. 설계 하나 해주고 600만 원을 받는다고 하면 제 경력에 비해 너무 비싼 건가요?
답변: 600만 원이라는 금액 자체보다는 '프로젝트의 범위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중요합니다. 만약 30~40평대 상업 공간의 전체 디자인, 3D 렌더링, 그리고 시공 가능한 수준의 실시 도면(전기, 설비 포함)까지 모두 혼자 완벽하게 처리한다면 600만 원(평당 약 15~20만 원)은 결코 과한 금액이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한 평면도와 컨셉 이미지 몇 장 수준이라면 클라이언트가 비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본인의 포트폴리오와 결과물의 퀄리티가 기성 스튜디오 수준이라면 당당하게 요구하셔도 됩니다.
Q2. 예산을 2천만 원이라고 했는데, 디자인을 뽑아보더니 견적이 4,500만 원이 나왔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답변: 안타깝지만 매우 흔한 일입니다. 이를 '예산 불일치(Budget Mismatch)'라고 합니다. 초기에 말한 2천만 원은 고객님의 '희망 사항'일 뿐, 실제 현장 상황(철거량, 설비 노후도)이나 고객님이 고른 디자인(마감재 등급)과는 거리가 있었을 겁니다. 문제는 업체가 초기에 "2천에 맞춰보겠다"고 희망 고문을 한 것입니다. 디자인이 나오기 전의 견적은 허수입니다. 디자인이 확정된 후 나온 4,500만 원이 실제 공사비에 가깝습니다. 이 경우, 디자인을 수정(자재 등급 하향, 디자인 요소 삭제)하여 예산을 다시 맞추는 VE(Value Engineering) 과정이 필요합니다.
Q3. 건축협회에서 인테리어 설계비를 못 받도록 한다던데 사실인가요?
답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 설계비 대가 기준은 있지만, 인테리어(실내건축) 설계비를 받지 말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 등 관련 단체에서는 정당한 설계 대가를 받도록 권장하고 표준 계약서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설계비 못 받는다"는 이야기는 일부 영세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설계비 안 받아요"라고 영업하던 것이 와전된 것입니다. 디자인은 엄연한 지적 재산이며, 노동의 대가입니다.
Q4. 설계만 따로 의뢰하고 시공은 다른 곳에 맡겨도 되나요?
답변: 네, 가능하며 이를 '분리 발주'라고 합니다. 최근 똑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방식입니다. 디자인 전문 업체에 설계비를 주고 도면과 자재 리스트를 받은 뒤, 시공 전문 업체(또는 개별 공정 반장님)에게 도면을 주며 견적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디자인 퀄리티를 보장받으면서 시공비를 투명하게 비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고객이 시공 과정을 어느 정도 컨트롤하거나, 디자이너에게 별도의 '감리비'를 주고 현장 체크를 부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론: 설계비는 '비용'이 아니라 '보험'입니다
인테리어 공사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것"과 "공사비가 계속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리스크를 가장 확실하게 통제하는 수단이 바로 정밀한 설계 도면입니다.
설계비 200~300만 원을 아끼려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을 매일 보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재시공으로 1,000만 원을 날리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좋은 설계는 공사비를 줄여주고, 나쁜 설계는 공사비를 늘립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공간과 예산을 지키기 위해, 전문가의 시간과 노하우가 담긴 '설계'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만큼의 권리(상세 도면, 스펙 북, 3D)를 당당하게 요구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성공적인 인테리어의 첫걸음입니다.
